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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4년(2014)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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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아무리 작아도 생명은 소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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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아도 생명은 소중한 거야!
 
 
 

중흥1-12 방면 교정 오현주

 
 

9월 어느 날, 여주본부도장에서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도장에서 맞는 아침은 늘 상쾌하다. 아침 햇살 한 줄기가 방안을 비추고 창밖으로 보이는 먼 산은 오늘따라 유난히 고요하다. 왠지 신선한 아침 공기를 느끼고 싶은 날이다. ‘아침 산책이나 해 볼까? 운동장으로 가자!’라는 마음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어디선가 풍겨오는 내음이 있다. 시골에서나 느낄 수 있을법한 참나무 장작 태우는 냄새. 그 구수한 내음이 코끝을 아련히 스친다. 그 내음을 맡고 있노라면 외갓집 돌담 밑에 서 있는 5살짜리 어린 시절 나에게로 달려간다. 그 시절, 처음 맡던 장작 태우는 내음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 빛바랜 추억의 향수다.
  그윽한 아침 안개의 촉촉함이 전신을 감싸고 공기 중의 이슬이 얼굴을 스쳐 간다. 구름 안에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스윽 스윽 삐리리리’ 어딘가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합창이라도 하는듯한 아름답고 고귀한 소리. 풀벌레 합창단은 경쾌하게 하루의 시작을 노래하고 있다. 마치 지난밤 못다 한 노래가 아쉬워 합창을 계속 이어나가는 듯하다. 그 노래를 가까이 듣고 싶어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래를 멈추고 수줍은 듯 몸을 숨긴다. 비밀합창단이며 얼굴 없는 가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고개를 돌리니 이름 모를 풀꽃들이 눈에 띈다. 새벽 첫 이슬로 맑게 세수를 하고 목을 축이는 풀꽃들이 참 부지런해 보인다. “웬일로 아침 일찍 일어났니?” 올망졸망 귀여운 달개비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언제 저 자리에 꽃들이 있었지?’ 늘 지나가던 길에서 무심코 지나갔던 것들이 돋보기를 쓴 것처럼 클로즈업되어 보인다. 달개비 밑으로 개미 한 마리가 부지런히 지나간다. ‘아침 일찍 먹이를 찾으러 나왔나?’ 작은 나라에 온 거인이 된 기분이다.
  신기하다. ‘자연에 속속들이 의지해 숨 쉬고 살아가는 생명이 참 많구나. 이게 바로 관심과 비관심의 차이일까?’라는 생각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둘러보고 있자니 그들의 숨소리와 종알대는 이야기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하다. 자연이 가르쳐준 작은 깨달음을 깊이 새기고 기지개를 켰다. 온몸으로 신선한 아침을 느껴진다. 오늘은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평상시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느낄 수 없었던 아름다운 자연이 나에게 조금씩 다가온 것이다. 그들에게 마음을 여는 만큼 고스란히 응답을 받는다.
  한 치의 거짓 없는 자연의 순수함에 감사함을 느끼며 운동장으로 향했다. 걷는 중에 다시 봉긋 고개를 쳐드는 호기심. ‘여기엔 또 어떤 생명이 숨어있을까?’ 숨은그림찾기에 빠진 꼬마처럼 호기심이 발동한다. 운동장 옆 작은 수풀 근처로 다가갔다. 아니나다를까 이곳에서도 비밀합창단의 노래가 한창 중이다. ‘어쩌면 저리 화음이 잘 맞을까? 화합이 잘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풀벌레들이 놀라지 않게 멀찌감치에서 길을 걷는다.
  수풀을 따라 풀벌레들의 합창을 흥겨히 듣고 있자니 주변의 다양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색이라고만 하기엔 아쉽다. 느낌이 다르고 색감의 차이가 있다. 색으로 분류하자면 수십 가지 색은 될 것 같다. 파란 하늘과 누런 땅의 중간에 있다고 해서 나무가 초록색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초록색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없다고 해서 나무(無)인가?’라는 생각에 혼자 실소를 터트린다.
  “어, 설마 잡초? 잘못 봤나?” 눈을 비비며 다시 봐도 잡초가 맞다. 인조 잔디 축구장의 틈 사이에 잡초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인조 잔디 사이를 뚫고 저렇게 자라났을까? 축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늘 밟혔을 텐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꼿꼿한 모습으로 ‘나도 여기 있어요.’라고 미소를 짓는 듯하다. 신기해서 자세히 둘러보니 운동장의 아스팔트 벽 틈, 고무 트랙 빈틈에도 여지없이 이름 모를 잡초들이 보인다. 그 외에도 행운의 클로버도 보이고 복실복실 강아지풀도 있다.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사가 나온다.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한 줄기 뿌리를 내릴 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마다치 않는 모습이 경이롭다. 다른 이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름의 역할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가 이름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나무와 풀들이 더 많았음에도 저들은 섭섭해하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에게 ‘넌 괜찮니?’라고 묻는 듯하다. 이름 모를 풀들의 물음에 많은 생각을 하며 걷다 게이트볼장 뒤로 나 있는 오솔길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 내수가 꼭 메콰세타이어길 같다고 소개해 준 후로 가장 좋아하는 길이 되어버렸다. 오솔길에 웅장하고 단정하게 늘어서 있는 가로수가 퍽 인상적이다. 마치 영국왕실의 근위병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나의 나무라면 그런 느낌이 덜 할 텐데 함께 있는 힘이 큰가 보다.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 경이로움을 마음껏 즐기던 중, 예전에 봤던 <호튼>이라는 애니메이션이 기억이 났다. 코끼리 호튼이 민들레 씨 속, 먼지보다 작은 티끌 속에 사는 ‘누군가 마을’의 시민들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들을 믿지 않는 정글 동료들에게 왕따 당하는 설움을 겪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아무리 작아도 생명은 소중한 거야!”라고 외쳤던 호튼이 생각난다. 애니메이션 <호튼>의 내용처럼 작든 크든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다. 내가 느낄 수 있든, 느낄 수 없든 말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상제님 품 안에 소중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사회에서는 그 사람의 외모, 스펙, 직업, 능력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서로의 상·중·하를 평가한다. 하지만 하늘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마음만 보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조그만 세상 속에서도 자세히 보면 보이고, 자세히 들으면 들을 수 있는 생명의 움직임이 이토록 많은데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는 얼마나 방대할까? 그 부분까지 다 알 수는 없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나는 20살 때 입도를 했다. 상제님은 어떤 분이신지 교화를 듣고 『전경』을 보아 나갈 때, ‘이 분은 정말 우주의 부모이시구나!’라고 확신한 부분이 있었다. 처음 『전경』을 접하고 읽어나가던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제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계실 때 여러 식물, 동물들을 살려주시는 부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뭇가지를 꺾지 않으시고 개미, 참새, 기러기 등 많은 식물, 동물들을 위기에서 구해주시는 부분이었는데,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생명을 동등하게 귀히 여기시는 마음이 바로 부모이시다고 느껴진 것이다. 우리야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우고 있지만, 하늘이 보셨을 땐 구분 없이 다 같은 자식들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은 태어난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다. 그리고 귀하다. 그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긴다. 상제님께서 만드신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그 생명의 숨소리에 상제님의 아끼심이 들어있다고,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모든 생명을 대하겠다고. 오늘따라 아침 바람이 유난히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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