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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2년(2012)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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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총무부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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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부 체험기

 

 

오천1 방면 평도인 조광희

 

 

 

 

   “내가 제일 잘나가 ~~ 내가 제일 잘나가~~” 새벽 5시 20분 알람으로 설정해 둔 2NE1의 노랫소리가 방안 가득 시끄럽게 울려 퍼지며 나를 깨웠다. ‘아 오늘이 총무부 연수 첫날이지.’ 혼잣말을 하고선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무렵 방안은 어두컴컴했고 알람 소리에 뒤척이는 사람들의 몸짓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잽싸게 알람을 끄고 불을 켜려고 일어났다. 방금 본 뒤척임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머리맡에 준비해둔 작업복을 조심스럽게 챙겨 입고 방을 나와 읍배를 드리러 갔다. 처음 신어본 안전화의 무게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숭도문으로 올라가는 길이 조금 힘들었다. 바닥에 닿을 때마다 저벅저벅 대는 소리가 군대 시절 신고 다녔던 전투화를 연상시켰다. 쓴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군대 동기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오늘은 6월 19일 종사원으로서 교무부에 출근한 지 보름이 조금 넘었다. 종사원이 되기 전까지 방면에서의 수도 경험은 거의 없었다. 도인 자녀로서 어릴 때 부모님께서 하시는 것을 어깨너머로 본 것과 기도, 수련, 참배와 같은 기본적인 의식들 그리고 수강과 공부를 5년간 했고 대진대 대순종학과를 졸업한 정도였다. 물론 유년시절부터 보고 들은 게 있어 아예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접 포덕 사업에 뛰어든 적이 없었기에 수도의 경험이 많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총무부는 도장 전체의 살림을 맡아보는 곳이에요. 현장에서 작업 위주로 많이 하게 될 건데 도장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한여름에 열심히 땀 흘려 일해 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친해지고 단체 생활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게 될 거에요. 그리고 도장 살림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요. 특히 안 보이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이 참 많이 계신다는 점을 안다면 종사원으로서 앞으로 수도과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신 총무부 차장의 말씀을 떠올리며 읍배를 드릴 때 ‘상제님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욕먹는 사람은 되지 않겠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심고를 드렸다. 읍배를 마치고 관리동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새 가벼워졌고 마음은 침착해졌다.

  관리동에 도착해서 주변 분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 조회에 참석했다. 총무부 차장께서 나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해 주시고 한 달 동안 같이 일하게 된 것과 짧은 기간이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배려하고 많이 배워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곧이어 총무부 분들 앞에서 “저는 오천1 방면 조광희 외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짧은 인사를 한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처음 한 일은 축사에서 양파를 하역하는 작업이었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양파를 날랐다. 작업을 끝내고 야외에서 아침을 먹는데, 어느덧 해가 떠서 날이 밝아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내 이마에 닿아 포도송이처럼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훔쳐주어서 식욕도 돋고 기분도 좋았다. ‘아침 운동도 되고 밥맛도 있고 별로 힘들지 않겠네!’ 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식사 후 잠깐 휴식을 하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도장 진입로 주변에 심은 나무에다가 소방차 펌프를 이용해 물을 주는 일이었다. 작업 도중 옷이 조금 젖었지만 그날따라 무척 더워서 오히려 시원하고 좋았다. 특히 높은 나무 사이로 솟구치는 물줄기가 떨어져 안개처럼 흩뿌려지고 자잘한 물방울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선선히 입혀지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오후에는 A동 주차장 전지01작업이 있었다. 먼저 간단한 교육과 실습을 받고 직접 향나무를 다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굵은 땀방울이 속눈썹을 타고 눈동자에 스며들어 순간 눈이 따가웠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하늘을 쳐다보니 햇볕은 오전보다 더 뜨거웠다. 그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나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방울은 계속 떨어졌다. 보기엔 쉬워 보였지만 땡볕에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가위로 쉴 틈 없이 자르고 동시에 모양까지 예쁘게 다듬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었다.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몸은 빨리 지쳐갔다.

  3시 반쯤에 참이 와서 잠깐의 휴식 시간을 맞을 수 있었다. 수박과 얼음물이 보여 본능적으로 수박 몇 개를 집어삼키듯 먹고 얼음은 깨알같이 씹어 먹었다. 그 모습을 곁에 있던 분이 보시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꽤 덥죠?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성 들이며 수도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것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고 책임감만 가지면 힘들고 지쳐서 꾸준히 할 수가 없어요. 도장은 상제님을 모신 곳이에요. 내가 향나무 하나라도 상제님 받드는 마음으로 부족하지만 정성을 다해 예쁘게 해 놓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고 이 향나무 참 예쁘네 생각만 해줘도 나한테 복으로 돌아와요. 이 원리를 알고 일하면 덥고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고 쉼 없이 정성 들일 수 있어요.” 요약하면 상제님 받드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일하면 복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열매라는 것이다. 『대순진리회 요람』에서 삼요체의 성(誠)을 설명하는 부분에 “…정성이란 늘 끊임없이 조밀하고 틈과 쉼이 없이 오직 부족함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이름이다.”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참을 먹고 다시 일이 시작되어 앉았다가 일어서는데 엉덩이가 무거웠다. 하지만 좀 전에 들었던 교화 덕분에 다시 힘을 내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거의 다 가고 숙소에 돌아와 샤워한 뒤 시계를 보니 9시였다. 이부자리를 펴고 자리에 누웠더니 나도 모르게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기분 좋은 단잠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오전에는 영농에서 논에 있는 잡초 뽑기, 분리수거장 정리, 쌀 운반, 대학생 종교문화답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묵을 숙소에 이불 넣어주기 등의 다양한 일을 하면서 도장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나름대로 도장에 자주 오갔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내가 몰랐던 곳이 많고 다양한 장소와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을 알았다. 오후에는 주로 전지작업을 했다. 가뭄이 들어 비는 한 방울도 오지 않고 더위는 한증막의 불가마처럼 강렬해졌다. 나의 체력도 점점 소진되었고 처음 다짐했던 결심도 약해져 갔다. 더욱이 다리와 엉덩이에 심하게 퍼진 풀독 때문에 밤에 가려워서 잠을 자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정성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차장께 말씀을 드리고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지갑을 깜박하고 갖고 오지 않았다. 그때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가 주신 김 교무께서 병원비와 약값을 대신 내주셨다. 그래서 다음 날 갚으려고 돈을 드렸는데 한사코 받지 않으시고 나중에 필요한 곳에 쓰라고 하셨다. 그리고 “힘은 지칠 때 힘을 써야 근력이 붙고 마음도 아플수록 더 강하게 먹어야 수도가 됩니다.”라고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고 해주셨다. 그 순간 『대순지침』에 도전님께서 “겁액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데 성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의 원인은 나에게 있듯이 겁액 또한 마찬가지다. ‘이까짓 더위나 풀독 하나 못 이겨내면서 수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다짐을 하고 다시 힘을 내었다.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고 나이가 가장 어렸음에도 체력은 제일 약했다. 그 사실이 부끄러웠고 그동안 참 나태한 생활을 했구나 하는 반성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고 1주 2주가 되면서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팔다리에 힘이 붙는 것을 느꼈다. 없어졌던 자신감도 다시 생겨 뿌듯했다. 그러던 중 방역하는 날, 휴대용 방역기를 메고 도장 곳곳을 소독하는 일을 했었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만 같았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일까 오전에는 멀쩡했는데 오후가 되고 방역을 끝냈을 때 속이 메스껍고 현기증이 일어났다. 참아보기로 하고 진입로 폭포수 전지작업 뒷정리를 하러 갔다. 청소 중에 구토가 계속 나오고 식은땀이 흐르면서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늘진 구석을 찾아 몰래 쉬었다. 일이 끝났을 쯤에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때 윤보정께서 측은한 눈빛으로 “힘든 건 알지만 초심을 잃어선 안 됩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좋은 뜻으로 말씀해주셨지만 그때 나는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정말 아픈데 저더러 어떡하란 말입니까?’라고 말은 못하고 마음속으로 되뇌였다. 저녁 식사는 포기하고 숙소로 와 그대로 누워 잤다.

  다음 날 오전 죽은 나무를 베고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지면서 내 눈을 찔렀다. 잠깐 있으면 나을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눈동자를 찔린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났지만 눈을 뜰 수 없어 안과로 향했다. 치료를 받고 계산을 해야 하는데 지갑은 이번에도 없었다. 또다시 김 교무께 신세를 지게 되어 정말 미안했다. 도장으로 오는 차 안에서 서로 말이 없었다. 김 교무가 침묵을 깨고 “『전경』에 이런 구절 알죠? 공우가 예수교 사람과 싸우다가 크게 다쳐 해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상제께서 지난날 잘못을 알려 주시고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을 고쳐 먹으니 열두 고을 목사가 공우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대전도회를 열자 정말로 몸이 완쾌됐다는 구절이요.” 물론 나도 알고 있었고 이야기한 의도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예 알고 있습니다.”라는 짧은 대답 뒤에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보았다.

  그날 특별히 오후에 휴식이 주어졌다. 방안에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 지루해져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 노랫말이 울려 퍼졌다. 듣던 중 갑자기 ‘내가 그렇게 잘 났나?’ 라는 생각이 울컥 치고 올라왔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즐겨 듣던 최신 댄스곡이 오늘 만큼은 달랐다. 노래를 끄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나의 양심은 분명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었다. 나의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그동안 풀독에 걸리고 약에 취해 토하고 눈을 다친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 나에게 있음을 말이다. 또다시 마음을 고쳐먹기로 하고 남은 기간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상제님께 심고 드렸다. 나의 심고가 효과가 있었는지 남은 보름 동안 한번도 아프지 않고 무난하게 지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일과를 마치고 특별히 나를 위한 회식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총무부장께서도 함께 자리하시고 술 한 잔 주시면서 총무부에서 보낸 한 달이 짧은 기간이지만 이곳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을 토대로 만수 도인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실천해 달라고 당부하셨다.

  즐거운 회식이 끝나고 아쉬운 정을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와 내가 지난 한 달간 배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바로 종사원이 지녀야 할 자세였다. 첫 번째는 상제님을 쉼 없이 받드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맡은 바 업무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방면 도인이 있기에 종사원이 존재할 수 있듯이 대순진리회 도인들을 위해 항상 봉사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수도과정 중에 주어지는 시련과 겁액을 잘 이겨 나가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도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를 바르게 실천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꼭 해내야지’라는 굳은 결심을 가슴에 새기고 잠자리에 누웠다. 마침 “뎅” 하는 타종소리가 귓가를 타고 내려와 가슴에 울려 퍼지자 갑자기 두근거렸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01 가지치기(식물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웃자람을 막으며, 과실나무 따위의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곁가지 따위를 자르고 다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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