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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 일을 통해 얻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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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통해 얻은 교훈
잠실8 방면 교감 한성민
‘일’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일을 통해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생명력 내지는 생동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관계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과 연관이 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면서 생기는 많은 다양한 경험을 하게도 한다. 특히 도의 일은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그 의의가 참으로 크다 하겠다. 수도인이라면 한번쯤 도의 공사에 참여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도장, 학교, 병원 등지에서 일해 왔지만 늘 마음속에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수강이나 연수 또는 지원반으로 공사에 참여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방면의 선각이나 후각이 오랫동안 장기반으로 남아 도의 공사를 해나가는 것을 볼 때 나도 한번쯤은 장기반으로 공사에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늘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방면선감께서 늘 저의 상황을 살펴보시고 “지금 종단에서 복지관을 짓고 있는데 거기 들어가 보는 게 어떠냐?”라고 물어보실 때 나는 주저 없이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그동안 도의 많은 공사가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렇게 큰 공사는 다시 있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생각은 한창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현장을 직접 보고 더욱 절실해졌다. 그래서 유종의 미란 말이 있듯이 공사 끝날 때까지 남아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작업을 시작한 날도 공교롭게도 2008년도 12월 마지막 날이었다. 공사에 들어와서 첫 주는 어떻게 보냈는지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내가 설비부서로 배정되었는데 설비일은 내게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나이 어리고 철없을 때 사회에서 2년간 그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서 해보니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조장이 임원이었는데 내 나름대로는 빨리 일을 배워 나로 말미암아 작업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이것은 무슨 파이프라인인지, 그 다음 일은 무얼 하실 것인지 열심히 여쭤 봐도 별 대답이 없으셨다. 그저 무슨 공구를 가져오라는 말씀뿐이었다. 그때부터 나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느낌과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옛날에도 대학교공사 할 때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때는 무엇인가 깨우치려고 하기보다도 어떻게든 그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상황을 겸허히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수도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묵묵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같은 조로 있었던 교정이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가면서 하다 보니 한 20일쯤 지나 과거에 했던 일도 다시 생각이 나고 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무렵 같이 일하던 임원이 계셨는데 마침 그분 생일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몇 명이 함께 축하도 할 겸 모이게 되었다. 우리 조장도 같이 참석하셨는데 그 자리에서 과거에 사회와 도의 공사를 해 오신 이야기를 열거하시는데 ‘정말 고생 많이 하셨구나!’라는 마음이 들면서 그간 꺼림칙한 부분이 풀리게 되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았다. 옛날 사회에서는 기술 하나 배우려고 하면 혹독한 시집살이 하듯 남 모르게 속을 삭혀 가며 열심히 해도 잘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시대의 온갖 세파 속에서 참고 인내하면서 기술을 배워서 오랜 세월 동안 도의 공사를 해 오신 것이다, 아침조회 때 현장책임자이신 선감께서 자주 하신 말씀 중에 “수도는 내가 하지만 평가는 남이 합니다.” 간단한 말씀이신 것 같지만, 개인의 수도뿐 아니라 다른 이가 나를 평가할 때는 냉정하기에 인망을 얻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래야 서로 상생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와 닿았다. 나 또한 다시금 사람에 대해 쉽게 평가하거나 결론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새로운 경험이 찾아왔다. 이제야 마음도 맞고 적응되고 있을 즈음 설비부서 중 소방으로 옮기게 되면서 그중 한 조를 맡게 되었다. 팀장이 도면을 넘겨주면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 조원 몇 명 붙여줄 테니 스프링클러 쪽을 맡아 해 보라고 하였다. 사실 이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중에 목공팀이 인테리어 마감을 하면 파이프에 수압을 걸어 물이 새는 부분을 면밀히 살피고 위치를 잘 잡아 마무리를 하는 작업이라 자칫 물이라도 새면 애써 공들인 목공팀의 일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도면을 보는 데 서툰 내게는 적잖은 부담이었지만, 조원 중에 이 일을 해 본 선무가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일을 진행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일하다 말고 어느 한 곳을 힐끗힐끗 보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 서로 말다툼을 하는 것이었다. 선무가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중간임원이 일을 시킨 대로 제대로 못한다고 심하게 소릴 지르니 이 선무도 참기 어려웠는지 말이 너무 심하신 게 아니냐며 그간에 쌓였던 울분을 토하듯 따지는 거였다. 주위 도인들 얘기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여러 방면의 도인들이 모인 곳이라 개개인의 입장도 다르고 색깔도 다를 뿐더러 무엇보다도 각자가 닦아온 수도가 다르다고 본다. 그러기에 남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며칠 뒤에 다른 조에 냉ㆍ온수라인과 같이 수압체크 할 때가 있었는데 각자가 구역을 맡아 수압을 올리기 위해 기계를 돌린지 사오십 분 지났을까? 갑자기 여기저기 ‘퍽’ 소리와 함께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게 아닌가! 재빨리 기계를 끄고 우선 물에 약한 자재며 전기선이며 용접기 등을 한쪽으로 치우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팀장이 상기된 얼굴로 상황을 살펴보고 그 일에 관련된 작업자들에게 따끔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 아세요? 바로 얼마 전 두 사람이 싸웠던 자립니다.” 하며 예전에 공사할 때도 이와 같은 일이 많았고 다툼이 있던 자리는 여지없이 물이 터져 나왔다고 말하며 속상해하였다. 깊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무서운 얘기다.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알 길이 없는 부분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라 하겠다. 비단 이런 경우뿐 아니라 도의 공사를 할 때 도인들끼리 감정을 갖고 싸우면 콘크리트 타설한 곳이 터진다든지 아니면 계속 다치기 일쑤이다. 마음의 발로(發露)에 사사로운 감정을 표출하지 말라는 교훈을 간직한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이렇듯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도의 일에 대한 경험을 해도 또다시 반복해서 감정의 불을 지피게 되는 우둔함이 있는 것이 인간인가보다. 이런 비슷한 일이 우리 조에도 일어났다. 조원 중 두 사람이 일 처리하는 가운데 견해차가 생겨 소소한 다툼이 있었는데 다행히 크게 소리 지르고 분위기 험악할 정도의 일은 없었지만, 서로가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고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들은 역력했다. 내가 보다 못해 선각께서 해주신 얘기가 불현듯 떠올라 한마디 하였다. “오해가 왜 오해인지 아세요? 잘못된 이해가 오해입니다. 이해한다고 하지만 잘못되게 이해한다는 겁니다. 그런 감정이 앞선 대화가 결국 사람의 이성을 잃게 합니다.” 하며 넌지시 얘길 건넸는데 나의 말에 공감했는지 두 사람은 곧 화해하고 자신이 한 행동에 부끄러워하였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풀었어도 아직 남아 있는 또 다른 장애의 겁액이 있었나보다. B동 2층에서 부속을 교체하면서 앞서 나온 얘기처럼 수압을 점검하는 작업이 있었다. 각자 맡은 구역을 책임지고 확인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 다시 모일 때 몇 번이고 되물으며 확인했느냐고 했을 때 다들 틀림없이 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마음은 왠지 내가 다시 점검해야 안심이 될 것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괜찮겠지’하며 그대로 일을 진행하게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방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 전체 벽을 타고 순식간에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다. 목공팀뿐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애써 노력해 온 수고가 한 번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책임자분들께 죄송하다고 하며 재빨리 수습하고 조원들도 기운 빠질까 달래주느라 진땀이 다 났다.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가고 이후로는 큰 실수 없이 다들 불평 없이 잘해 주었다. 나중엔 다른 조원들이 우리 조에 들어와 일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서로 신뢰하고 화합이 잘 되는 조가 되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복지관공사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을 즈음 마지막으로 정말 잊지 못할 일이 있다. 스프링클러 작업에서 마지막으로 달아야 할 ‘헤드’란 부품이 있는데 이 자재가 부족해 새로 신청한 물품을 택배로 받은 적이 있었다. 물건을 받아본 나는 깜짝 놀랐다. 포장지에 적혀 있는 회사명이 ‘우당 산업기술주식회사’라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우당은 도전님의 존호이시다. 이런 일이 한 번에 그치면 그저 우연에 일치라고 치부하는 이도 있겠지만 비슷한 일은 그 뒤에도 일어났다. 그 다음 번엔 안전 손잡이 자재가 들어왔는데 이름이 ‘해마산업’이라 쓰여 있는 것이다. 문득 『전경』에 “나는 해마를 위주하므로 나를 따르는 자는 먼저 복마의 발동이 있으리니 복마의 발동을 잘 견디어야 해원하리라”(교법 2장 15절)란 구절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에도 조적과 미장작업 때문에 대형화물차로 시멘트를 여러 번 싣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 화물차 앞에 쓰여 있던 이름도 ‘천명’이었다. 사회인들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대순진리를 조금이나마 공부한 수도인들은 이 복지관공사가 이미 도수에 있는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도에 깊은 연관이 있는 글자들을 곳곳에서 발견하곤 했다.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들이었다.
“하나의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하나의 지혜가 자라지 못한다”는 『명심보감』에 있는 말이다. 또 어느 작가는 하나의 장애물이 하나의 경험이라고도 하였다. 결국, 장애물이라 여겼던 것이 자신의 참모습을 다시 보게 하는 심안(心眼)을 갖게 해 주고 그 장애물이 경험이 되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지혜의 바탕이 되게 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을 통한 경험이 때로는 사람의 영혼을 크게 성숙되게도 하고 감정에 지배당해 자기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 마음에 큰 교훈으로 남게 된 그 많은 경험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도록 늘 내 마음 속의 거울로 삼아 스스로 경계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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