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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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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종 : 우리에게 인(仁)의 의미는?

우리에게 인(仁)의 의미는?

 

 

연구위원 박병만

  

 

 언어는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역사의 변천과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형태와 의미를 달리한다. 중국 문자도 형태는 단순한 모양으로 변화하였고, 의미는 모든 언어의 공통적인 특징처럼 구체적 개념에서 추상적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인(仁) 역시 가장 기본적인 개념에서 출발하여 그 의미가 확대되어 『논어』에서 말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유학(儒學)에서 『논어』에 권위를 부여함에 따라 『논어』에서 사용되었던 의미로 고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이란 말은 한자문화권에 사는 우리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말이 되었다. 이는 인을 최고의 덕목으로 한 유교사상이 역사상 한자문화권에서 생멸(生滅)했던 많은 나라의 정치이념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에 대해 뭐라고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어질다’라는 정도의 술어밖에는 달리 표현하는 말이 없다. 공자 역시 그토록 인을 말하면서도01인을 한번도 규정한 적이 없다. 그것은 인이 근원적으로 개념적 언어의 소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은 홍운탁월(烘雲托月)의 세계일 뿐이요, 그 자체로서 정의될 수 없다.02그러나 공자 이후의 맹자나 여러 유학자는 나름대로 인의 의미를 규정하였다. 여기서는 먼저 『논어』에 나타난 인의 의미를 비롯하여 여러 유학자가 규정한 내용을 단편적으로나마 소개하고 『전경』에 나타난 인의 의미를 고찰하여 우리 수도인들이 인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갖춰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유학에서 말하는 인의 의미

 문헌에 ‘인’ 자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기원전 743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시경』의 「숙우전(叔于田)」 과 「노령(盧令)」이라는 작품이다. 여기서 인은 사람의 내면보다 외적 특성에 의해 풍기는 매력과 관련하여 ‘남자답다’ 라거나‘남성미’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서경』과 『좌전』에서의 인은 세상을 다스리거나 구할 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장식, 능력, 지도력 등에서 주위 사람들의 호의를 끌어내는 힘과 관련이 있다.03그리고 공자에 이르면 인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공자는 인을 모든 도덕개념을 형성하는 중심으로, 기초개념으로서 말하고 있지만 결코 후대의 유학자가 말하는 것처럼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한 바는 없다. 그럼 『논어』에 기술된 인에 대한 대표적인 구절들을 살펴보자.  

 

 

*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말을 그럴듯하게 잘하고 표정을 꾸미는 사람치고 인한 이가 드물다!”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學而」

 

*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이면서 인하지 못하다면 예(禮)인들 무엇하리오?

사람이면서 인하지 못하다면 악(樂)인들 무엇하리오?”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八佾」

   

*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오로지 인한 자라야 사람을 좋아할 수 있으며, 또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子曰 唯仁者 能好人 能惡人. 「里仁」

 

* 안연이 인을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자기를 이기어 예로 돌아가는 것을 인이라 한다. 하루라도 자기를 이기어 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천하가 모두 인으로 돌아간다. 인을 실천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로 말미암는 것이니, 어찌 타인으로 말미암아 인을 실천할 수 있겠는가?”

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 「顔淵」

 

 

 위의 구절들에서뿐만 아니라 인에 관하여 말년 제자인 번지(樊遲)가 질문하는 내용이 세번 나오는데 그 대답은 각기 다르며, 04공자는 인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 공자에게 인이란 정의 불가능한 것이며 오직 삶의 유동적 현실 속에서만 끊임없이 느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어』에서 말하는 인의 개념을 철학자이자 한의사이기도 한 김용옥은 그의 저서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한의학이나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말로 행인(杏仁: 살구씨)ㆍ도인(桃仁: 복숭아씨)ㆍ마자인 (麻子仁: 대마초씨) 등이 있다. 모두 씨앗을 ‘인’이라 표현한 것이다. 인을 부정하면 불인(不仁)이라는 단어가 된다. 이것은 한의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 결코 ‘인자하지 않다.’라는 뜻이 아니고 ‘마비’나 ‘무감각’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을 미학(美學)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esthetics’(혹은 aesthetics)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이 미학은 어원적으로 느낌(sensation)을 뜻하는 ‘아이스테시스(aisthesis)’와 관련이 있다. 이 느낌, 즉 감성의 의미를 지니는 ‘esthetics’에 부정사 ‘an’을 붙이면 ‘anesthesia’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무감각 상태’를 뜻하는 현대의학술어로 ‘마취’의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동ㆍ서양의 의학과 철학 용어에 나타나고 있는 사유의 보편적 구조에 다시 한 번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불인의 뜻에서 인의 의미를 역산(逆算)해 낼 수 있다. 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느낄 줄 아는 상태”이다. 씨란 느낌의 집결체이다. 씨란 전 우주를 느낄 줄 아는 생명의 축소체이다. 그것이 불인하면 씨가 아니라 사멸(死滅)해버린 물질일 뿐이다. 하늘ㆍ땅과 서로 교감하지 못해 생명이라는 싹을 틔우지 못하는 죽음이다. 따라서 인은 느낌이요, 느낌은 생명의 기반이요 확증이다. 그러나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바로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감성이다. 감성은 이성보다 근원적이며 원초적인 것이다. 이러한 감성은 원초적인 생명의 보편적 기반이다. 이것을 공자는 ‘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 인은 우주적 느낌이며 심미적(審美的) 느낌이다. 느낄 줄 아는 자라야 비로소 인할 수 있다. 인은 규범적 윤리덕성이 아니라 윤리 이전의 느낌이요, 심미적 세계를 느낄 줄 아는 감수성이다. 공자에게 있어서 윤리는 아름다움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은 궁극적으로 윤리적일 수밖에 없다.05

 

 

 한편, 공자의 사상을 이어 발전시킨 아성(亞聖)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 가엽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인의 실마리[端(단)]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

람을 못 본 척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순수한 마음(도덕 감정)을 인이라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의 동중서(董仲舒, 기원전 176?~기원전 104)는 만물의 생명을 키워내는 하늘의 뜻이 인이며, 사람이 하늘을 본받아 실현해야 하는 과제로서 인을 말하고 있다. 당의 한유(韓愈, 768~824)는 인을 박애 [博愛(널리 사랑하는 것) ]라고 말하며, 인이 있어야 의(義)가 있고 의가 있어야 도(道)가 있으며 인ㆍ의ㆍ도가 있어야 덕(德)이 있다고 했다. 송의 정명도(程明道, 1032~1085)는 『이정집(二程集)』에서 “인은 혼연(渾然)하게 만물과 한 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으며, 신유학의 집대성자인 남송의 주자(朱子, 1130~1200)는 「인설도(仁說圖)」에서 “인은 천지가 만물을 낳고 기르는 마음이다.”라고 정의하면서, 그 인은 인ㆍ의ㆍ예ㆍ지의 네 가지 덕을 포괄한다고 하였다.

 

 

『전경』에 나타난 인의 의미

  『전경』에 있는 상제님의 말씀과 도주님께서 사용하신 주문에 인에 대한 의미를 설명한 구절은 아래와 같다.

① 不受偏愛偏惡曰仁 (교법 3장 47절)

② 또 상제께서 “춘무인(春無仁)이면 추무의(秋無義)라. 농가에서 추수한 후에 곡식 종자를 남겨 두나니 이것은 오직 토지를 믿는 연고이니라. 그것이 곧 믿는 길이니라” 하셨도다. (교법 2장 45절)

③ 仁義禮智人神之道 (교운 2장 42절의 운합주)

④ 不測變化之術 都在於神明 感通神明然後 事其事則謂之大仁大義也 (제생 43절)

⑤ 大仁大義無病 (행록 5장 38절)

 

 

 먼저 ①의 경우에 ‘어느 한 쪽만을 사랑하거나(아끼거나) 미워하지(싫어하지) 않는 것’을 인이라고 말씀 하셨다. 이는 편벽됨이 없는 박애적인 차원에서의 마음 씀을 의미한다. ②의 구절은 바르게 믿는 길에 대한 말씀으로 그 속에 ‘춘무인이면 추무의’라는 구문이 나온다. 여기서 인은 ‘씨앗’ 또는 ‘씨를 뿌린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어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게 없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이 구절을 확대 해석하면 ‘인한 마음이 없으면 의로운 마음도 결국 없게 된다.’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의로움은 인을 바탕으로 하며 의로움을 이루지 못하면 인하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씨앗이 모든 생명의 기반이 듯이 주자의 말처럼 인은 사덕(四德: 인의예지)을 포괄하는 기반으로서의 성품인 것이다.

③ 구절은 ‘인의예지는 사람과 신의 도리이다.’로 해석되는데, 여기서 인은 사람과 신이 마땅히 갖추고 행하여야 하는 당위로서의 품성이요 덕목이 된다. 그리고 ④에서는 ‘측량할 수 없는 천지 변화의 법은 모두 신명에게 있다. 그 신명과 느끼어 통한 연후에 일을 잘 처리해 나갈 수 있으니, 이것을 일러 대인대의 라고 한다.’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인은 신명과 느끼어 통하는 경지에 도달해야 비로소 대인(大仁)이라는 것이다. 앞의 인용문(각주 5)에서 천지 만물과 교감할 수 있는 심미적 감수성을 인이라고 말한 내용은 이 우주를 전관(全觀)하시고 말씀하신 상제님의 말씀과 비교해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인은 인간과 신의 당위적인 도리로서 편벽됨이 없이 천지 만물과 인류를 널리 사랑하는 마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또한, 천지에 가득 찬 신명 06과 감통하여 대인(大仁)의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⑤에서 말씀하신 대인대의(大仁大義)의 경지에 이르러 천지와 일체가 됨으로써 기맥(氣脈)에 막힘이 없는 무병(無病)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전경』에는 『논어』나 여러 유학자가 말하는 인의 의미와 다른 차원의 내용이 있다. ④의 ‘감통신명연후’라는 부분으로, 이는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의 유무(有無)에서 생기는 것이다. 인본(人本)을 위주로 하는 유학에서는 당연하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천지라는 범주에서 인을 이해하고 있는데 반해, 『전경』에서는 현상세계 이면(裏面)의 신명이라는 범주까지 포함하여 설명하고 있다.

 

 

우리에게 인의 의미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경』 속에도 역시 인의 의미가 한 마디로 규정되어 나타나 있지 않다. 또한 『논어』에서도 공자는 홍운탁월하는 식으로 인을 말하고 있으며, 후대의 여러 유학자가 나름대로 인에 대해 그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만 역시 단편적이며 총체적인 규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인이 특정한 사물이나 이론적인 개념이 아니고, 인간 심성(心性)의 한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의 의미를 구체화해서 뭐라고 단언하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총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의 의미를 개념화하기를 바란다.

 앞에서 기술한 설명들을 통하여 ‘인은 이성보다 근원적이고 원초적이며, 윤리 이전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감수성이다. 그것은 원초적인 생명의 기반으로서의 감성으로 사사(私邪)로운 욕망이 티끌만큼도 끼지 않는 상태의 마음을 의미한다. 또한 진실하고 정직한 인간의 본질이며, 모든 덕성의 바탕이 되는 마음이요, 천지(천지에 가득 찬 신명)와 능히 감통(感通)할 수 있고, 천지 만물과 일체가 될 수 있는 마음이다.’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인은 ‘춘무인이면 추무의’라고 하신 것처럼 결실을 보아야 비로소 인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결실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결실이자 완성의 경지인 도통진경(道通眞境)에 이르러야 인으로서의 완성, 곧 대인(大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상제님의 마음과 통하는 것이며, 상제님의 마음을 닮고자 성지우성(誠之又誠)하는 우리의 수도과정을 통해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비겁에 쌓인 신명과 아무리 보잘것없는 미물까지도 모두 구하고자 그토록 염원하셨던 상제님의 마음보다 더 인(仁)한 마음 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01 『논어』에 인은 109회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글자다. 군자(君子)는 107회 나온다.

02 김용옥, 『논어한글역주1』, 통나무, 2010, p.598 참조.

홍운탁월법 (洪雲托月法)
“수묵으로 달을 그릴 때 달은 희므로 색칠을 할 수 없다. 달을 그리기 위해 화가는 달만 남겨둔 채 그 나머지 부분을 채색한다.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 저것을 그리는 방법이다.” - 『한시 미학산책』 중에서


 

03 신정근,『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글항아리, 2011, pp.93~104 참조.

04 樊遲… 問仁. 曰, 仁者先難而後獲, 可謂仁矣. 「雍也」,樊遲問仁. 子曰, 愛人. 「顔淵」,樊遲問仁. 子曰, 居處恭, 執事敬, 與人忠. 雖之夷狄, 不可棄也. 「子路」

05 김용옥, 앞의 책, pp. 598 ~ 601 참조.

06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 (교법 3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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